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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로마노비치루리야-사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기억력이 특출한 어떤 남자의 삶을 그린다. 저자인 루리야는 기억력 검사를 받기 위해 그를 찾아온 기자인 솔로몬 셰르스키와 만나게 된다. 그는 공감각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다. 루리야는 수십 년 간 그 기자와 끊임없이 접촉하며 엄청난 기억력의 비밀을 샅샅이 연구해서 이 책을 저술했다.

기억의 분류

심리학에서 가장 먼저 기억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사람은 헤드만 에빙하우스였다. 에빙하우스는 무의미 철자하는 도구를 발명해서 자음, 모음, 자음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문자들을 얼마나 잘 암기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암기한 내용들을 어느 정도 잊게 되는지를 측정해서 만든 그래프가 바로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이다. 다음으로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매직넘버 7 플러스 마이너스 2>라는 이름난 논문에서 인간은 한 번에 겨우 5-9개의 전화번호만 암기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화번호가 7-8자리라는 것은 꽤나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를 나누기도 한다. 한국의 초대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승만이라고 대답하는 것은 재생이며, 한국의 초대 대통령은 이승만인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는 것은 재인식이다. 이러한 재생과 재인식은 둘 다 오류가 생길 수도 있고 그 오류가 삶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고 로프터스는 단언했다. 그리고 툴빙은 기억을 서술 기억과 절차기억으로 나누고 서술 기억을 다시 의미 기억과 일화 기억으로 분류했다. 또한 앨런 배들리는 작업기억 모델을 고안해 냈다. 일명 워킹 메모리라 불리는 작업기억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없어져버리는 기억을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보조적인 방법들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 보조 시스템은 시연이나 이미지 재현의 방법들이 있다.

특수한 기억의 소유자

러시아의 심리학자 루리야는 우연한 사건을 통해서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다. 1920년대에 루리야는 자신에게 기억력 검사를 받아오고 싶다고 찾아온 한 남자를 만나게 되서 기억에 대한 깜짝 놀랄 만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남자는 솔로몬 셰르스키라는 기자였다. 그 기자의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에 관한 내용과, 그 인격의 또 다른 이면과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그 책에 담아냈다. 그것이 바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솔로몬은 신문기자이다. 기자들은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취재들을 해야 한다. 그의 상사가 솔로몬에게 매우 긴 취재할 곳의 리스트를 일러 줬는데 그가 필기를 하지 않자 상사는 매우 화를 냈는데, 솔로몬은 그 리스트를 한 번에 퍼펙트하게 외워 보였다. 20자리든 60자리든 상관없이 모든 숫자들을 모조리 외웠고, 심지어 수십 년이 지난 사건들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 이것은 눈이 카메라와 같이 움직여서 영상을 저장하는 직관상과 하나의 감각 자극에서 여러 감각 자극이 일어나는 공감각 덕분이었다.

망각이 필요한 까닭

루리야 연구의 대상이었던 주인공 솔로몬은 결국 신문 기자를 관두고 기억술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기억을 뛰어나게 해준 직관상과 공감각이 언제나 좋은 점으로만 작용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말을 할 때도 동시에 다른 여러 가지 감각들이 작동하는 것은 때때로 아주 불편함을 동반한다. 솔로몬은 문학작품을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그 누구보다 힘들었다. 솔로몬은 연관성 없이 나열된 단어들을 외우는 것에는 특화되었지만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비유적 표현을 이해하는 데는 무척이나 어려움이 있었다. 그의 일례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망각하는 것이 때로는 꽤나 의미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드라마 같은 것을 봐도 주인공들은 엄청난 트라우마 상황에서 종종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잊기 힘든 고통을 모두 다 기억한 채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망각이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하나의 방어기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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