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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예언이 끝났을 때 - 레온 페스팅거

돌체라떼마니아 2022. 11. 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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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페스팅거-사진

<예언이 끝났을 때>라는 이 책은 어떤 종교 단체의 종말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엄청난 홍수가 생기고, 외계에서 온 자들이 자기들을 안전하게 구해 준다고 예언했던 종교 집단을 그 조직 내부에서 직접 바라보고 쓴 기록이다. 페스팅거는 이 종교 집단이 보여주는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고서 인지 부조화 이론을 제시했다. 그가 말한 인지부조화 현상은 연구가 계속되는 1950년대 미국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에서도 언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사회 심리학 영역에 실험심리학을 도입해서 사회심리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졌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는 안구운동, 색채 지각 등을 다룬 시각 체계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말년에는 고고학과 역사에까지 자신의 관심분야를 넓혔다.

인류 종말 예언과 인지 부조화 이론

레온 페스팅거는 게슈탈트 심리학자인 쿠르트 레빈의 수제자이다. 그러나 1940년대에 레빈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되자 연구가 힘들어졌다. 그 시기에 연구센터를 미시간대학으로 옮길 때 그도 함께 이적했다. 이후에 미네소타 대학교를 거치고, 1954년에는 스탠 퍼드 대학으로 옮겨갔다. 1954년에 미국에서는 서커스라는 종교 집단이 종말을 예언하여 많은 수의 사람들이 거기에 동조하는 종말론 소동이 발생했다. 페스팅거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인지부조화 이론>을 제시했다. 인지 부조화 이론은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나 행동들이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에 빠져들었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기의 인지를 변화시켜서 조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인지 부조화 이론은 사회심리학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탄생했다. 페스팅거는 개인이 가지는 신념, 생각, 태도와 행동 간의 부조화가 생겨난 경우를 인지 부호화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연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반복하는데 이것이 인지 부조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인지 부호화 이론은 논리 자체의 매력과 수많은 실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유연한 틀 덕택에 사회심리학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전 세계에서 이러한 패러다임을 사용한 연구들이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틀린 예언이었지만 계속된 믿음

종교 집단 시커스는 키치라는 교주가 이끌고 있었는데 페스팅거는 이 집단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교주는 자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원반과 교신을 했다고 주장하며 1954년 12월 21세기 큰 홍수가 일어나 세상이 종말 한다고 예언을 했다. 그러나 선택받은 자신의 신자들은 외계에서 온 존재가 원반을 타고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치가 종말론을 세상에 발표하자 시커스의 신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생업을 다 내던지며 모여서 기도에 매진했고 자신들의 전 재산을 팔아서 종교 단체에 기부한 자들도 다수였다. 결과적으로 홍수는 일어나지 않았고 외계에서 원반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교주 키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신도들의 기도 덕분에 지구 종말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믿은 대부분의 신자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더욱 강화했다. 그들이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은 종교에 큰 관여를 했기 때문인데. 전 재산을 쏟아부었거나 집을 나오거나, 직장을 그만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돌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형성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에 맞춰서 정보를 선택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든다. 즉 인지 부조화를 회피하려고 한다. 외부에서 어떤 개입이 없다면 내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페스팅거는 동료들과 함께 시커스 종교 집단에 잠입하여 참여관찰의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심리학의 피카소

페스팅거는 1960년대 무렵부터 사회심리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잃어버리고 지각 심리학으로 경로를 변경했다. 그가 자신의 사회 심리학에서의 위업을 모두 버리게 됐을까? 1989년 페스팅거가 이 세상을 떠났을 떼 그의 수제자인 로보트 자욘스는 그를 심리학의 피카소의 일컬었다. 그러한 별칭에는 단순한 칭찬을 넘어서서 더 같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것이다. 피카소란  단순한 의미의 혁신파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에서 볼 수 있는 전쟁을 반대하는 사상과도 관련된 표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심리학의 역사에서 페스팅거의 일생을 명확하게 드러나는 날들이 다가온다면 전쟁과 학문, 학문과 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생각해 볼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다. 페스팅거와 마주할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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