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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목격자의 증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돌체라떼마니아 2022. 12. 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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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로프터스-사진
엘리자베스로프터스-사진

미국의 인지 심리학자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목격자의 증언>이라는 책을 통해서 인간의 기억과 지각에 관한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기억이란 전에 봤던 것을 저장했다가 시간이 흐른 다음에 그것을 꺼낸다는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흔히 뇌에 정보들을 쌓아두는 것을 기억의 기능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억은 사진이나 동영상들과는 달라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연해 낼 수 없다. 로프터스는 인간 기억이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연구했다. 기억이 사후에 제공되는 정보에 의해서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주된 연구 주제로 삼았다. 그녀의 목격자 증언의 신빙성 연구는 아주 유명하다. 지금부터는 목격자의 증언이 믿을만한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고 법 현장에서 시작된 응용 심리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그리고 기억에 따른 증언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도록 하자.

목격자의 증언의 신뢰성

어떤 남자가 한 여성의 핸드백을 훔쳐 도망갔다. 그 여성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그 남자의 외모나 생김새를 이야기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몽타주가 완성되었다. 담당 형사는 몽타주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탐문 수사를 한다. 인근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혹시 이 사람을 본 적이 있냐고 묻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얼굴이라고 대답한다. 수소문 끝에 어떤 상점의 주인이 며칠 전에 자신의 가게에 다녀갔다고 증언을 한다.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용의자는 경찰서에 와서 조사를 받는다. 예전부터 유행해 오던 형사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이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피해자가 거울 너머로 용의자가 조사받는 모습을 쳐다보고 그 사람이 맞다고 증언을 한다. 그리고 결국 범인은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책 <목격자의 증언>은 제목부터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목에 사용된 증언이라는 단어는 기억과는 차이를 보인다. 증언이란 자신이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기억은 과거에서 바라본 장면을 머릿속에 저장했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 꺼낸다는 의미가 있다. 뇌에 어떤 정보를 저장하고 쌓아가는 것이 기억의 기능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그리고 기억은 일반적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기억은 사진이나 동영상들과는 차이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있는 그대로 재생할 수 없다. 기억이란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고, 쉽게 변화한다는 것이 요즘의 견해이다.

법 현장에서 스타트한 응용 심리학

응용심리학은 사회 문제에 심리학을 응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으로 처음에는 법심리학에서 시작되었다. 19c 중반 이후에 성립한 근대 심리학 이후에는 이를 법의 현장에 적용해 달라는 주장이 생겨났다. 독일의 심리학자 슈테른은 이와 관련된 창의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슈테른은 베를린 대학의 법학자인 리스트 교수와 같이 강의실에서 어떤 사건을 연출했다.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던 2명의 학생이 말싸움을 벌이더니 마침내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총을 겨눈 것이다. 교수님이 황급히 개입해서 총을 쳐냈으나, 총의 소리는 강의실 안에 크게 퍼졌다. 이 사건이 연출된 상황이고, 총도 장난감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던 다른 학생들은 너무나 큰 충격에 휩싸였다. 슈테른은 목격자 학생들 중에 15명을 지목해서 이 사건에 대해 진술하게 했다. 그날 저녁과 다음날, 일주일이 지난 후, 그리고 5주가 지난 후에 각각 진술을 이어나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목격자들 중에 사건을 정확하게 기억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없던 대화를 증언하기고 하고, 일어나지 않았던 추격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유사한 방식으로 또 다른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슈테른의 강의 도중에 낯선 남성이 갑자기 들어와서 슈테른에게 봉투를 건네고 5분 동안 교실에서 여기저기 배회하며 밖으로 나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에게 8일이 지난 후 그 상황을 기억해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역시나 그 남자의 외모나 인상착의, 행동들에 대해 잘못된 목격담들이 속출했다. 위의 실험들이 실제 사건이었다면 목격자들의 증언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슈테른은 특정한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을 경우에 그 사람에 대한 묘사는 거의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기억에 의존한 증언의 신빙성

로프터스는 법 심리학에 큰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8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맥마틴 유치원 아동학대 사건에서 그는 피고인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1983년 맨해튼 비치의 맥 마틴 유치원의 선생님이 유치원생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 유치원에 아들을 보내던 학부모가 아무 이상 없었던 아들의 특정 신체 부위에 상처가 의심된다고 의사 선생님을 찾아간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확실한 물증은 없었지만 조사가 바로 시작되었고, 원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유도 신문들이 시작되었다. 화가난 부모들, 이전에 이 유치원에 보냈었던 학부모들까지 다 모여들어서 아이들을 추궁한 결과 수많은 사례들을 이끌어냈다. 그래서 용의자로 지목된 교사 한 명으로 포함해서  직원 7명까지 체포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7년 동안 지속되었지만, 결국에는 전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로프터스는 이 사건에서 원생들의 증언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고, 다시 쓰인 기억일 뿐이라고 주장을 했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증거가 불충분한 범죄의 피해자들로부터 큰 원성을 샀다. '의심스러운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법언이 존재한다. 피고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려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유죄를 밝혀내야 하며, 그렇지 아니할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점이 형사 재판의 대원칙이다. 고소당했다고 해서 꼭 가해자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많은 심리학자들은 기억에 대해서 로프터스와 유사한 입장을 지닐 수밖에 없다. 물론 실제로 범죄 피해자들을 돕고, 진실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시스템을 토대로 추구해야 하고, 심리학은 기억을 구조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하는 역할을 지속해서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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